시스템과 관조
천을 덮고 있는 사람 형상에 대해 고민하다가,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려면 질문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스스로 자문자답했다. 아래는 생각했던 순서 그대로 나열.
-천사람은 하나의 단어나 한 방향으로 정리되지 않을 것이다.
-저것은 사실 천일 뿐이다. 나는 천을 그리고 천 바깥으로 삐져나온 손 하나로 내가 그린 것이 사람일 것이라 생각한다. 이 이미지를 보는 사람들도, 내가 그린 천 바깥의 손 하나만으로 그것이 사람이라고 판단한다.
-천을 덮고 있는 이유는 익명성을 위해서다. 하지만 주로 그리는 노출된 신체도 익명성을 위해 머리가 없다. 노출된 신체에 머리가 없는 것은 그 신체들이 어떤 사람인지 판독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을 덮는 것은 다른 느낌의 익명성이다.
-천사람은 때로는 권위적이고, 보다 힘이 있으며, 벽을 치고 지켜보는 것 같다. 또 한편으로는 자신이 유약함을 가리기 위해, 유약하지만 강해보이기 위해, 그리고 자신보다 더 여린 것을 보듬기위해 천을 덮고 있다.
-이렇게 답을 하다보니 천사람은 어쩌면 시스템 또는 그와 가까운 존재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다수가 만든 시스템이든, 개인이 만든 시스템이든 가릴 것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