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블루갤러리, 서울

2023

배규무가 여러 생물 종의 생존 방식에 관심을 가지는 데에는 삶을 이어가는 것에 분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강하게 갖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생물들의 삶의 의지를 보며 생명성을 느낀다. 다양한 생물의 생 의지와 그 생 의지들이 엮어 그물망을 이루면서 일어나는 충돌과 부딪힘과 그 진동 혹은 하나의 파동이 점차 전체로 뻗어 나가는 연결성에 흥미를 느낀다. ‘숨은 나 혼자 쉬지만, 삶은 나 혼자 살지 않는다.’ 배규무에게 ‘기원적 형태를 지니는 생물’은 자아를 소거함으로써, 과도한 자아와 타인의 이미지 속에서 경계를 허물고 물렁한 것으로 남는 여정이다. 배규무의 그림에는 상대를 겨누는 무기를 가지고 있는 식물들 —교살자 나무, 겨우살이, 라플레시아, 실새삼, 식충식물 등 —이 등장한다. 내부공생이 시작되는 진핵생물의 탄생처럼 거대한 세포가 전체를 덮쳐온다. 항아리는 생존에 대한 욕구를 보여주고, 견고한 생물이 되기 이전의 취약함을 흉내 낸다. 경계면이 흐려져 자아가 해체되거나, 생명 탄생설 중 하나인 운석이 떨어지는 이미지 등으로 탄생의 이미지는 종말의 이미지와 구분되지 않게 된다.

-전시 서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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