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뽕브릿지
2025
배규무는 서로 다른 존재들의 생존 메커니즘이 얽히고설키며 세계를 만드는 과정에 주의를 기울인다. 배규무의 작업에서 중심을 이루는 신체성(corporeality)은 인간을 비롯해 생명과 죽음을 겪는 유한한 존재들이 공유하는 특성이다. 작가가 "키메라"라고 언급하는 것처럼, 외부의 힘에 개방되어 있는 우리의 신체는 서로 다른 생명/삶의 힘 및 이해관계의 복합체로 구성되어 있다. 생명/삶은 본질적으로 자기 자신을 보존하고 행위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자신의 외부를 한없이 욕 망한다. 그러므로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 대립하는 힘과 관계는 갈등과 마찰을 일으킨다. 적대적인 관계속에서 생명의 이해관계는 전염되고,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난잡하게 뒤섞인다. 삶을 유지하려는 욕망은 종종 사회적°문화적으로 노골적이거나 저급한 이미지로 여겨진다. 배규무는 이처럼 생존에 직결되는 원초적 욕망을 민속 신앙 및 의례의 차원에 나란히 또는 겹쳐 표현한다. 레비-스트로스의 말처럼 문명화되고 과학적인 세계의 규율이 마술적이고 초자연적인 세계의 상징 도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고찰을 감안할 때, 신체의 생존과 신화를 접목시키는 것은 터무니없는 시각이라 단언하기 어렵다. 자신과 다른 본성을 가진 존재와의 공존 속에서만 겨우 살아갈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다른 존재에 허구적인 가치와 중요성을 부여하지 않는가? 사람들은 지금도 종교나 관습, 의례를 통해 사람들이 일상적 경험에서 마주치는 온갖 사물에 상징을 부여하고 모순되는 사건을 상상적으로 연결하지 않는가? 배규무는 생명과 신화를 밀착시키며 과거의 민속과 풍습이 낡고 뒤떨어진 것이 아니라 자연과 관계를 맺고 자연을 자기 삶의 일부로 인식하는 인간의 태도 중 하나라고 제안한다. 이를 암시하듯, 배규무가 사용하는 펠트와 오일 파스텔은 강렬한 색채와 질감으로 억누를 수 없는 생명력과 야생성을 드러낸다. 이번 전시의 평면 작업에서 자연물과 함께 등장하는 노출되고 취약한 신체의 형상은 다른 여느 존재들처럼 우리가 늘 변형의 과정 중에 있는 임시적 자리라는 점을 환기시킨다. 모든 존재들이 자신의 존재를 유지하려 노력하기 때문에, 정체성은 잠정적인 것에 다름 아니다. 즉 우리의 신체나 정체성이 다양한존재들의 생존 기작이 만들어내는 일시적 산물인 한, 신체를 둘러싼 타자와의 관계도, 주어진 환경도 시대와 장소에 따라 계속 변화할 잠재성을 가지고 있다. 전시의 시간을 따라 번성하고 무너지는 배규무의 조각은 무수히 변화하는 삶의 과정을 둘러싼 우발성을 포용한다. 펠트와 마찬가지로 소성하지 않은 도자는 점토의 구조와 거친 물질성을 있는 그대로 보인다. 작가의 손길이 숨김 없이 노출된 도자 점토 안에서 생장하던 버섯은 전시가 경과함에 따라 탄생하고 살다가 스러진다. 생성과 변전, 소멸을 묵묵히 받아들이는 배규무의 조형 작업은 믿음과 생존의 구조를 은유한다. 독특한 생존 방식을 가진 생물의 형상은 생존 메커니즘을 통해 연결된 신체가 단일한 질서로 환원되지 않는 이질적인 공동체를 상상하도록 한다.
-글 이주환